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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마늘쫑 김 2025. 1. 31. 21:32

페이와 오드 분쟁의 시작...

 

 

 

 

” 소네트, 저번에 부탁한 서류좀 가져오련? “

” 싫어~ 나 게임하고 있잖아. “ 방 안에서 볼멘 소리가 난다.

 

  아탈라 빈트 알 아자드. “ 평이한 어조, 심지어 소리가 크지도 않았으나 이름이 끝나는 순간 문이 열리고 소네트가 서류를 쥐어 제 어머니에게 공손한 태도로 건넸다.

“ 저번에 골라놓은 직원들이에요. ”

“ 보자... ”

XX XXX... 36세, 평가점수 합산 C-... XXX XXX...27세, 평가점수 합산 B+... 등급이 매겨진 서류가 개별로 묶인 채 차례차례 읽히며 두 개로 나뉘기 시작한다.

 

“ 다 좋은데 형제자매가 없는 애들은 빼자. ” 죽으면 가족이 세 배는 더 귀찮게 굴어. 물건을 평가하듯 자른다.

“ 네. 그러면 이 정도 빼고... ”

“ 이 중에 집이 좀 쪼들리는 애들은 따로 놓고. ”

“ 음~ 몇 명 없는데. “ 소네트가 얼굴을 찡그린 채 고심하며 서류를 고른다. 들어올린 서류를 번갈아 보더니 아쉽게도 ‘탈락’한 인원을 다시 책상 한 켠 서류철에 넣고 남은 서류에 붙어있는 택을 떼 휴지통에 버렸다. 휴지통에 버려진 알록달록한 택들은 평가 미달이라든지, 지시 불이행같은 짤막한 단어가 적혀 있다.

 

” 몇 명정도 남니? “

” 3명 정도요. “

” 딱 좋네. 페이 오데트였나? 그 애 팀이랑 합치면 소대 1개분 머릿수, 맞지? “

” 네. 7-8명쯤 되겠네요. “

좋아, 인원도 딱 맞고. 걔들끼리 묶어서 파견팀에 전달해놓기로 하고... 나세르가 잠시 고심하듯 입을 다물었다. 이번 일은 회사에서 저평가된 직원을 처리하는 일이니 최대한 관련 없어 보이도록 외부인을 섞어야 했다. 사사건건 명령을 무시해서 사고치는 멍청이들 말야. 아마 본인 행동때문에 모가지가 잘릴 거라고 예상은 했겠지만 정말로 분리될 줄은 몰랐을걸. 뭐, 싸잡혀서 죽게 된 몇몇 성실한 인원은 아무래도 아까웠지만 문제아들만 섞이면 아무리 등신이라도 함정인걸 알아버리니 어쩔 수 없지. 이 팀으로 시선을 돌려서 겸사겸사 지역에 묶여있는 고객의 ‘화물’도 가져오면 좋고. 

 

” 소네트, 그 쪽에 우리 ‘자매’가 있나? “

” 파견지요? 가깝지는 않은데 100km 반경 이내에 두 팀 정도 있을걸요. “

” 한 팀만 그 쪽 근처에 매복하라고 해. 시선 끌기는 이 팀으로 하고 화물 회수는 외주로 하자. “ 뻑하면 지시를 무시하는 새끼들이니 어쩌면 폭탄을 해체하는게 아니라 보충지에 그대로 끌고갈 지도 모르지. 우스갯소리를 덧붙이며 펜으로 책상을 두드린다.

 

“ 그렇게 할게요. 인원은 확정인거 맞죠? ”

” 응. 그대로 내려보내. “ 소네트가 길게 한숨을 쉰다, 지겨워 죽겠네... 언니는 언제 와요? 입버릇처럼 말을 뱉으며 사무실 문을 나서는 그 뒤로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 첫째 딸이다.

 

“ 오드, 귀여운 내 딸. 어쩐 일로 전화를 다 줬니? ”

“ 음, 안부차 전화 드렸습니다. 저번에 영국에 다녀온 뒤로는 연락을 못 드린것 같아서요. “

” 착하기도 하지. 그래서? “

” 별 일 없습니다. “

” 그래, 마이어가 조무래기는 잘 지내고? “

” 네, 건강하십니다. “ 병이라도 걸려서 급사하면 좋으련만.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악담에 수화기 너머로 헛기침 소리가 들린다. 얘는 어쩜 이런 말에도 어색해할까, 분명 예전엔 나를 더 닮았던 것 같은데. 

 

” 지금은 독일로 돌아갔니? “

” 네. 사실 지금 공항입니다. “

” 네가 무슨 승무원도 아니고... 내가 이제 네*연간 피폭선량까지 걱정하게 생겼구나. “

(*승무원의 연간 누적 피폭선량은 6mSv로 일반인 유효선량인 연간 1mSv에 비해 6배 정도 많다)

“ 죄송합니다. ”

“ ... 사실 네가 죄송할 일은 아니지. ” 나세르가 스스로 입 안을 깨물자 오드의 수화기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카렌 마이어...

 

“ 음, 어머니. 아가씨가 오셔서요... 저, ”

“ 응, 가보렴. 곧 휴가지? ”

“ 네, 다음 주 쯤에 뵐 수 있을겁니다. 건강하세요. ”

전화가 끊긴 뒤 정적이 이어진다. 회사를 이어야 할 딸이 자리에 없는 건 아무래도 빈자리가 컸다, 스트레스를 다스리기 위해 미간을 문지르고 거울을 보며 반쯤 풀린 쉬마그를 다시 매었다. 자... 귀여운 우리 딸이 오기 전까지 어미가 할 수 있는건 다 해야지. 작전 계획서가 세 장 필요하다. 하나는 화물 회수를 맡길 ‘자매’들의 것. 하나는 내부적으로 전달할 진짜 계획서, 하나는 팀에게 전달할 가짜 계획서. 음... 페이 오데트, 고 귀여운 계집애는 보고 이상하다고 느낄까? 입 안에 감도는 피 맛이 이게 어쩌면 화풀이 일 수 있다고 경고하듯 썼다. 그치만 제 복을 발로 걷어찬건 스스로였잖아. 입가에 미소가 번지자 나세르는 얌전히 펜을 놀렸다.

 

*

 

-... 해서 직원의 가족분들께는 해당 직원의 안전 수당 및 연금을 제외하고 인당 10만달러의 보상금을 추가로 더 전달드릴 예정입니다. -

-이는 제 개인자금이며, 회사 자금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이게 딸과 아들을 잃으신 부모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 

-다시 한 번, 실패로 인한 사망에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현장에서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이들에게 신의 자비가 있기를.-

 

연단에서 내려온 나세르가 몸을 숙여 인사를 한다, 드물게도 머리카락이 드러난 채로 허리를 굽힌 그는 그린듯 초췌한 얼굴을 한 채다. 회사 소속 희생자들의 가족이 나세르의 긴 연설에 어느정도 수긍해 저들끼리 눈물을 흘리고 감정섞인 인사를 나누는 동안 전혀 다른 사람들이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나세르에 다가갔다.

 

“ 저... 보상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유약한 목소리가 나세르의 시선을 잡아채자 저런 사기꾼에게 예의를 갖출 필요가 있으냐며 격앙된 남성-아마 희생자의 형이거나, 아빠이거나-이 거칠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 우리 애는 왜 댁의 잘난 연설에 포함되지 않는거야! “

“ 그래, 우리 가족도 그 자리에서 끔찍하게 죽었다구요! ”

몇몇 동조하는 인물들이 항의하듯 언성을 높이자 안그래도 소란스러웠던 공간이 소리로 가득 찼다. 방금까지 감정섞인 대화를 나누던 가족들이 순간 고개를 들었으나 회사 소속이 아니라 임시 계약직이었대요, 하는 누군가의 답변에 관심을 잃은듯 자리를 뜬다. 그래, 다들 자기 손해가 아니면 모른척하곤 하지. 

 

곤란한 표정을 한 나세르가 악을 쓰며 달려드는 친지를 막는 경비에게 잠시 물러나라는듯 손짓을 한다. 대화해 줄 기색으로 저들에게 다가오자 화를 내던 사람도 잠시 차분한 기색이 된다, 그러니까 걔들이 이번 일에서 죽을 줄 알았다면... 나세르는 잠시 장중을 살피듯 둘러보다 맨 뒷자리에 시체같은 기색으로 앉아있는 페이 오데트를 발견한다. 명줄도 질겨... 그를 퍽 귀엽게 여기며 미동도 없는 인영을 몇 초 정도 바라보다 시선을 가까이 있는 폭탄들에게로 옮겼다.

 

“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겠습니다. 아무리 임시 계약직이라도 저희 회사 파견지에서 사망했으니... ”

꾸며 말하지 않아도 나오는 말에 어떤 감흥도 느껴지지 않는다, 소속도 아니면서 벌떼처럼 달려드는 멍청한 새끼들... 유가족이 나세르의 사과에 가라앉는다.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도 당신네 회사 유가족처럼 추가 보상이라도 붙여주십시오. 한 두명이 눈물젖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음... 보자, 계약서 상 그 친구들은 추가수당이 없다는 내용에 서명을 했네요. 임무에 대한 위험성도 저희 직원들이 충분히 설명한 걸로 보이고, 보수는 이미 충분하게 지불했으니... 나머지는 저희 사측 변호사와 이야기 하시겠습니까? ”

권유같은 말투였으나 그는 사람좋은 미소를 한 채 공간을 빠져나간다. 뒤에 어떤 저주와 분노가 따라붙든 알 바 아니지. 어떤 비명과 울음이 경비에게 막혔다가 제게 닿아도 머리속엔 이번 사고로 얻은 수익과 손해 뿐이다. 얼마나 벌었나 저울질하는 일은 항상 즐거우니.

 

“ 아, 소네트. 계산은 다 끝났니? ”

“ 네. 딱히 손해본 건 없네요. 가족들이 떽떽대지만 않으면요. ”

“ 이런... 미국에서 그렇게 굴면 나쁜 일 당하기 좋은데 말이지. ”

“ 언니한테는 그대로 말 해 주실거에요?”

“ 아니, 그 애 한테는 통계와 결과로 정보를 걸러 전달할 필요가 있어. 나중에 모인 서류로 확인하면 납득하기 쉽겠지. 걔도 은근히 정이 많다니까...“ 누굴 닮았는지 원. 연기하듯 스스로 팔짱을 낀채 한 쪽 볼을 제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이름도 아사드라고 멋지게 붙여준 보람이 없지 않니? 궁시렁거리는 소리에 작은 딸이 질리지도 않는다는 표정을 한다. 복도를 걷는 발소리와 함께 유가족이 지르는 분노와 성남은 꺼지듯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 화물은? “

“ 잘 도착했대요. 필라델피아에서 장사 시작하려나 봐요. ” 

“ 좀비소굴인 곳에서? 시체 돈 모아서 장사할 생각을 하다니, 비위도 좋아. ”

“ 시체니까 파는거죠. 곧 죽을 놈들이 돈 계산을 할 수나 있겠어요? “

멀리서 다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난다, 직원들이 인력 충원을 요청하는 무전이 제 가슴팍의 송신용 무전기에서 울린다.

 

” 앞 쪽에 손님이 왔나? “

” 페이 오데트 아니에요? 조용히 갈 것 같진 않던데. “

” 어머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

 

경비 인원 몇 명이 바닥에 쓰러져 통증을 호소하고 그 가운데 마치 존 웍 처럼 지탱해 선 페이 오데트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 너...! “

마치 끓어오르는 듯한 음성. 젊은 여자애들은 종종 혈기에 못이겨 날을 세운 채 달려드는 일이 있고는 하지, 그렇고 말고. 딸 애와 비슷한 나이대의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감성적인 기분이 들었다. 오드... 가여운 내 딸, 몇 년째 밖에서 고생만 하고... 계획대로였다면 하지 않을 고생을 하고 있는 자녀를 생각하자 아무래도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는다는걸 눈치 챈 손님이 남은 경비를 제치고 제게 달려들었다.

 

“ 우리 귀여운 아가씨, 뭐가 그렇게 불만이니? ” 

“ 사과해! ”

그리 어려운 몸싸움도 아니었다. 아무리 제가 일선에서 발을 뺐다 한들 8살때부터 내전 한가운데서 목숨을 내놓고 살아온 자와 성인이 되어 훈련받은 자 사이에 메울 수 없는 본능의 간격이란게 있기 마련이다.

 

“ 응? 어떤걸 말야. 너희는... 아니지, 공주님은 내 제안을 거절했잖니. 내가 최소한의 안전망을 주려고 할 땐 필요 없다고 걷어차더니 이젠 필요해진거야? ”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퍽 부드러운 종류의 것이었으나 제압당해 뒤를 올려보는 그에겐 악마같은 얼굴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처음 회사에 스카웃하려고 찾아갔을때 흔쾌히 받아줬으면 좋았잖아. 마치 작은 복수라도 되는 듯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 니들, 우릴 죽이려고... 처음부터 살아서 돌아올만한 작전이 아니었잖아! “

” 얘, 사람 목숨이 얼마나 비싼데 그런 말을 하니. “ 보자, 오늘만 얼마가 나갔더라? 평이하게 돈계산을 내뱉는 그에게 욕지거리가 날아든다.

 

” 예쁜 이름 두고서 왜 이렇게 저급하게 굴어, 오데트 공주님. 우아하게 말해야 알아듣지. ”

“ 엄마, 그만좀 해. ” 서류더미를 어디 두고왔는지 맨손이 된 둘째 딸이 핀잔을 주듯 벽에 기댄 채다. 그 뒤로 몰려온 경비 인원이 나세르 밑에 깔린 페이 오데트를 들어올려 제압해 세웠다. 그 짧은 순간에도 몸부림치며 난장을 피우는 꼴이란.

 

“ 이 빌어먹을 새끼! 야, 니들은 이 미친 새끼 밑에서 일하고 싶냐? 니들 목숨을 종잇장처럼... ”

“ 이 미친 새끼는 말야, 신기하게도 회사 조원을 좀 아끼거든. ”

밖에다 대충 내다 버려. 가볍게 뱉은 말 뒤로 이동하던 나세르가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 아, 우리 공주님. 내가 아주아주 약간의 자비를 베풀어서... 오늘 난동부렸던 값은 따로 청구하진 않을게. 딱 봐도 공주님 호위기사들에게 공주님 몫을 다 나눠줘서 남은 게 없을 것 같거든. ” 엄마가 애야? 투덜거리는 소네트의 음성이 끌려나가는 페이의 목소리 뒤로 섞여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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